처음 독일에 왔을 때 독일인들이 한결 같이 눈물 흘리며 나에게 동정표를 던진것은 그멀리 집을 떠나 혼자 이억만리에서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를 이뻐해주고 사랑해 주는 분들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집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버리고 떠나올 수 있었던 우리들의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동정이었습니다.
독일인들은 집을 멀리 떠나지 않고 대부분 자기 고향에서 머물면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부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집을 떠나 한양으로... 한양으로...가지 않아도 시골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주 후에나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제도가 그런 환경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주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우선은 제도적으로 보면
1. 월급제도: 노사협정으로 정해진 월급이기 때문에 어느 도시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던 일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임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직업교육 후 1년차,2년차...년차별로 게젤레가 받아야 하는 월급이 직업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던 대기업이던, 서울이든 철원이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월급에 차이가 없습니다.
집을 떠나 대 도시로 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좋은 큰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안정성이 있고 시골에서 벗어나 대도시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게 합니다. 월급도 같고 법적보호도 같은 조건으로 받다보니 고향을 좋아하는 독일인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2. 직업제도: 중학교만 졸업하면 회사에 취직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계최고로 인정받는 독일 직업교육제도는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직업교육제도 역시 독일 어느 도시, 어느 회사나 일반적으로 똑 같습니다.
그리고 교육생들이 받는 월급 역시 직업별로 학년별로 법적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사정이 좋지 못한 소기업이라고 해서 실습생들에게 월급을 조금 준다거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교육생들의 월급이 더 많다거나 하는 예는 없습니다.
회사사정이 좋지 않아서 교육생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면 아예 교육생을 받지 못하게 합니다.
대부분 미성년자들이 많은 직업교육이다보니 청소년보호차원에서의 배려도 상당합니다.
청소년 보호법으로 아침8시전에는 근무를 하면 안 되고 저녁8시가 넘어서 야근을 시켜도 안 됩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있는 직업학교 이론수업은 회사가 아무리 바빠도 절대적으로 보내주어야 하고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 역시 회사 측에서 보내줘야 합니다.
아주 엄격한 감시제도가 실제로 엄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교육생을 이용하려다가는 회사 문을 닫을 수 도 있습니다. (독일에도 가끔은 나쁜 사장들이 있다네요....)
이런 안정된 제도아래 보호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으니 멀리 집을 떠나지 않고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안전하게 집 옆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서 직업교육을 받습니다.
3. 자격증제도와 인증제도: 직업교육을 받고 난 후 졸업시험과 동시에 자격시험을 보는데 이 자격증들이 독일전역과 EU 국가 간의 상호인정을 해주는 자격증입니다.
어느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어느 도시에서 시험을 봤든지 전 독일에서, 모든 회사에서 유효한 자격증이 때문에 어느 도시, 어느 회사에도 똑 같은 조건으로, 똑 같은 월급으로 취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독일 내 뿐만 아니라 이제는 EU국가 어디에서는 인정이 된다는 점이 이들을 자유롭게 만들고 직업교육자체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고 또한 이런 제도가 집을 멀리 떠나거나 회사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 때문에 시골이 더 잘 사는 독일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향이 강원도라 지금도 강원일보는 물론 인터넷에 “강“자만 나와도 뒤지며 다 읽어보는데 젊은이들이 다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아니면 대도시로 옮겨가는 추세가 점점 더 심하다고 읽었습니다. 강원도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지방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김진선 도지사님이 계실 때 나름대로 강원도를 살릴 수 있는 작은 방법으로 이런 제도를 소개하고 강원도에도 독일에서 직업교육과 마이스터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마이스터장학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들이 독일에서 마이스터를 마치고 돌아와 강원도에서 창업을 해서 한 개라도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특수기술로 자리를 잡는 젊은 기업인들이 지역에서 차츰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길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일 년에 5명씩만 지원해 줘도 마이스터 교육이 끝나는 5년 후에는 25명의 독일 마이스터가 강원도 내에서 자리를 잡고 직원을 채용해서 작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고, 독일기업을 함께 업고 들어와 외국기업유치도 동시에 하고 더 발전해서 회사를 키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고향에 남아 고향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자고 했지만 도지사님 외 다른 분들에게 저의 생각은 그저 유토피에 불과한 비웃음거리 밖에 안 되었습니다.
독일 시골 구석구석 작은 가게를 내고 대여섯 명의 직원을 두고 한두 명의 교육생을 기르면서도 대대로 자기 사업을 물려주는 단단한 소기업 독일 창업 마이스터들이 얼마나 큰 힘으로 독일을 지탱해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대대로 변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직업 철학과 사회에 또 고향에 반영되어야 하는 자기 한 개인의 책임감에 대해 언제 한번 이곳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고 저를 비웃어도 우리 한국정부가 그리고 지방정부가 중소기업을 단단하게 챙겨주려는 의지가 있고 이런 제도를 법적화 시켜서 직업별로 일괄적으로 고정된 월급 제도를 만들어 준다면 독일처럼 될 수도 있다는 환상은 제 머릿속에서 또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게 끌려 다니고 이용당하지 않는 길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제도 때문에 독일의 시골이 더 잘 살고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듯이,
그리고 독일 중소기업들이 알차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기초가 되었듯이 이 제도가 한국에도 독일과 같은 안정된 시스템으로 정착을 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고향에 남아 힘껏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일 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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